패스트푸드점, 초현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언제나 배가 고프다. 지식을 전수한다는 관념적인 노동을 마친 후에 지친 몸에게 물질적인 보상을 가한다는 행위 자체가 변증법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서울역 근처 어느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서 햄버거 세트 하나를 시킨 다음, 느긋하게 앉아서 빵 덩어리를 베어 물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 벽을 보았더니, 심각할 정도로 빼빼 마른 체형의 남, 녀가 현대적인 분위기의 도시 공간을 거닐며 한가롭게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는 일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매우 낯설고도 이질적인 경험이었다. 쉽게 살을 찌울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서민의 음식인 패스트푸드를 주기적으로 섭취하면서도 날씬하고 각이 진 몸매를 유지하고자 하는 열망, 타자화 된 몸을 인지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자신이 싸구려 고 칼로리 음식인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다는 사실에 면죄부를 부여할 수 있는, 기묘하고도 일그러진 풍경이 거기 놓여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초 현실이었다. 트랜스지방의 공포와 패스트푸드라는 문화적 천박함을 감싸 안는 도시적이고도 포스트모던한 이미지의 시각화. 아름다움은 추함이 있어 완성될 수 있다고 하였던, 토마스 아퀴나스의 세계관이 구체화되는 순간이다. 열등한 신체, 거기다가 구별지을만한 문화적 자본을 가지지 못한 자들을 위한 사치라도 되는 듯, 그림 속의 팔다리가 심하게 마른 남녀들은 휘청 휘청 일그러진 도시의 그림자를 가리며 너도 패스트푸드를 먹어, 라고, 그렇지만 살은 찌지 않을 거야, 걱정마, 라고, 지긋이 위로를 보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순간 칼로리를 계산하며 오늘 수영장에 가서 그만큼 운동을 하고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심지어 사회학을 배우고 있는 자신 조자도 시뮬라크라된 이미지의 환영과 보여지는 타인의 시선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구나, 하는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체력이, 몸이 자산이 되는 시대. 완벽히 구현된 프로젝토로서의 아름다움과 필요 이상의 늘씬함에 도달하기 위하여,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패스트 푸드점 앞에서 유혹을 이겨내고 발걸음을 돌리거나, 나처럼 햄버거를 먹으면서 살이 찔 것을 걱정하는, 스스로에 의한 몸의 통제를 경험할 것이다. 시대는 뒤틀려져 있다. 햄버거조차 몸짱들의 고급 문화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 칼로리의 전쟁. 오늘도 나는 그 속에서 자본을 쫓아 강의라는 행위로 나의 정신을 팔고, 다시 햄버거를 먹으며 몸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경험한다. 이것이 곧 포스트 모던화된 사회의 불연속적인 애매함이다.
by 호반새 | 2008/08/29 02:22 | 일상 | 트랙백 | 덧글(2)
사회학이란 학문의 의미
내게 사회학이란 목소리와 같다. 잃어버린 내 과거의 눈물어린 순간들을 고결한 목소리로 읊조려주는 도구. 부조리함 속에 살아가면서도 언어화 하지 못했던 나날들, 무지했기에 지나치며 나와는 상관 없다고 생각했던 문제들. 모든 것들을 풀어 헤쳐 권위라는 구속으로부터 바닥에 내려 놓는 동시에, 다시 그것들을 묶어 하나의 거대한 뿌리를 형성하는 이 학문의 힘이란 정녕 위대하다. 평생 오르지 못할 장엄하고도 끝이 보이지 않는 언덕 너머의 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성찰하고 또 성찰하라. 사회학은 끝없이 자신을 자신으로 내버려두지 않을 것을 강조하며 지금 앉아 있는 자리조차도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처럼, 모든 절대성을 상대성이란 이름 안에 희석시키는 동시에 일반화 된 법칙으로 결정화(crystalization)하고자 하는 마법의 비약이다. 배우면 배울 수록 손끝을 불에 데인 어린 아이마냥, 화들짝 놀라며 말을 더듬게 된다. 이 학문의 매력은 서로 다른 영역들의 통섭과 현상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의 재발견에 있다. 다가오면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더욱 멀어져서는 이것이 과연 답일까, 하는, 철학의 영역으로까지 손을 뻗치는 그것의 본질이란 우주의 형상 만큼이나 복잡하고 무질서하다. 그러나 질서는 어지러움과 공존하며 법칙화 된 패턴으로 비 동질적인 개인들의 행동을 집합하여 범주화 할 것이다. 내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단어들은 사회적인 맥락에 의하여 형성되고 내가 주로 읽는 책들을 통하여 학습되어진 일종의 '만들어진 관념의 체계'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잠이 오지 않는 날에는 어김없이 사회학 도서들을 꺼내어 읽는다. 어느 한 가지에도 만족할 수 없었던, 그래서 여기 저기 이웃 학문들을 넘보며 귀동냥이나 일삼던 부랑자에게 있어서 이만한 학문적 휴식터는 두 번 다시 발견하기 어려울 것 같다.
by 호반새 | 2008/08/23 02:26 | Sociology | 트랙백
문득
지나간 나날들을 회상하며 끄적여본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본질은 착취가 아니었을까. 나의 감정을 매개로 상대로부터 최적화된 교환 가치를 끌어 내는 일련의 행위 양식들. 폭풍우처럼 격렬한 감정의 요동 속에서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에게 얼마나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가, 얼마나 많은 희생들을 바라는가. 인간이 한 인간에게 감정적으로 지지받고 의존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다른 한 상대의 정서적 부담이 증가하는 과정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이러한 감정의 부담과 무게감마저 기꺼이 짊어지고 가려고 한다. 때로는 상대를 위해 나의 신체가 훼손되는 것마저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다. 역설적으로, 상대에게서부터 받는 것이 너무 많으면 부담을 느껴 자기 자신을 도의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만들기 위해서, 혹은 그것을 되갚아 줄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핑계로, 거대한 감정의 소용돌이로부터 빠져나와 제 몸뚱이부터 챙기려고 든다. 그러한 도피에는 이유가 없다. 그저 핑계만 가득 차 있을 뿐이다. 사랑은 주는 동시에 받는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상대가 나에게서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전혀 보상받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도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음을, 사람은 자주 망각하곤 한다. 무언가 해 주어야만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서, 문제의 본질은 보지 못한 채 자신을 감싸기에만 급급해지는 것도 같다. 모든 싸움에는 그만한 구조적 원인이 존재한다. 다만 화가 난 그 순간 감정이 한번에 응축되며 폭발하여 판단력이 흐려지기에 그러한 갈등에 내재한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될 따름이다. 후회는 언제나 결정적인 것을 잃어버리고 난 뒤에 찾아온다. 양보할 수 없는 두 개인의 다툼, 한 쪽이 조금만 더 물러서거나 다른 한 쪽과 조화로운 타협을 시도했더라면 잃어버리지 않아도 되었을 관계들이, 오늘도 도처에서 미묘한 어긋남으로 인하여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깨어지고 있을 것이다. 알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정녕 어리석다. 자신이 완벽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완벽함을 찾아 상대에게로 천착하려고 든다. 이기적인 행동이다. 결국 사랑은 반복된다. 한 번은 희극으로, 한 번은 비극으로, 끝내는 비참한 감정들의 파국으로.
by 호반새 | 2008/08/23 02:09 | 주절거림 | 트랙백
기쁜 소식일까, 아니면...
성련장학재단 전액 지원 장학생 확정.

오오 학과장님 오오. 갑자기 추천받은 덕분에 서류 마련하랴, 면접 보랴 한동안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녔지만, 생각보다 가뿐하게 통과하여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사회학과 어르신들께서 보살펴주고 계시니, 나도 더욱 분발하여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학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이것으로 집에 의존하는 돈은 0 원이 되었다. 학비, 식비, 생활비, 교재비, 잡비, 심지어는 인터넷비까지 내가 다 내고 있으니까. 이제 나에게 있어 집이란 거의 잠만 자는 공간이 되어버릴 듯. 빠듯한 일정 때문에 밥조차도 세 끼 모두 밖에서 해결할 때가 많으니, 사실상 주거 문제만 해결되면 완벽한 독립이라고 보아도 무관할 것이다.

평량 평점이 3.3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마지막 남은 학기에도 장학금은 보장된다. 이제 거리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랜 싸움 끝에, 내가 이겼다...그러나, 힘을 너무 많이 소진한 듯한,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피곤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바로 밖에 나가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여건이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가고 싶지 않다. 슬프다. 나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나가겠다고, 더 이상 이런 식으로 나를 속박하려 들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윽박을 지르면서까지 부모와 대적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 나에게 가해 왔던 비 상식적인 수준의 정신적, 육체적 폭력은 아직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슬슬 짐을 싸야할 때가 왔다.
by 호반새 | 2008/08/20 14:01 | 일상 | 트랙백
승리의 수강신청

원래 듣고 싶었던 과목들이 겹쳐서, 미칠듯이 고민하던 차에 완성.

참고로 사회학 특강(1)은 정안지 교수라는, 정체 불명의 아시아권 교환 교수가 와서 영어로 강의하는 과목인데, 짜증나서 빼 버리고 김호기 교수님의 대학원 과목인 '현대사회학이론 특강'을 청강하기로 했다. 원래 학부생이 대학원 과목을 수강하기 위해서는 학과장, 지도교수, 해당 과목 담당교수의 날인을 받아 대학원 과목 신청원을 학부 사무실에 제출해야 하는데, 김호기 교수님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신 덕에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학기는 여러모로 나 자신의 역량을 시험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근로 장학생 업무 + 과외 2 개 + 전공 4 과목, 대학원 1 과목, 교양 1 과목으로 구성된 빡센 시간표 + 수영 + 온라인 게시판 상담 업무. 꽤나 강도 높은 한 학기를 보내게 되겠지. 하지만 실력은 확실히 늘어날 것이다. 일부러 주4 파로 시간을 뺐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조모임이나 학과 공부 등으로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야 할 테니까. 예상 일과는 다음과 같다.

(월~목)
AM 6 시 : 기상
6 시 30 분 : 출타
7 시 ~ 8 시 : 수영
8 시 ~ 8 시 30 분 : 아침식사, 샤워
10 시 : 학교 도착
10 시 ~ 12 시 : 오전 수업 / 수업 일정이 없는 경우, 자습
12 시 ~ PM 1 시 : 점심 식사, 티타임
1 시 ~ 6 시 : 오후 수업 / 공강 시간에 틈틈이 온라인 상담 업무
6 시 ~ 6 시 30 분 : 저녁 식사
7 시 ~ 9 시 : 과외 I
9 시 ~ 11 시 : 과외 II
12 시 : 귀가, 취침

금, 토, 일 : 밀린 숙제, 상담 업무 등 처리, 사람 만날 약속 잡고 돌아다니는 날, 휴식

힘내자.
by 호반새 | 2008/08/20 13:49 | 일상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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