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 과연 주체는 남성 뿐인가? Sociology

이 글 밑에 참 좋은 의견이 달려서 생각난 김에 적어 본다.

나는 페미니즘이 제시하는 많은 실천적 테제들과 주장들에 대하여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여성=피해자', '남성=가해자' 라는 절대적인 공식을 만들어놓고 이를 모든 현상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물론 모든 페미니즘 사조가 이러한 입장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페미니즘 내 세부 분과 중에서는 이러한 입장을 당당하게 지지하는 의견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나는 여성들이 반드시 남성들에 비하여 열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어떤 측면에서는 남성인데 남성답지 못한 사람들(이를테면 게이라든가 소위 말하는 남성성에 체화되지 못한 남성들)이야말로 여성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남성들은 물론 뭇 여성들로부터도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고수익을 올리고, 자신을 완벽하게 치장하고 드러내 보이는 데 관심이 많은 엣지녀와 소심하고 몸이 약해서 동료 남성들로부터 '계집아이 같은 놈' 정도로 취급받으며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남성 중에서 누가 더 높은 권력적인 위치를 획득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나로서는 당연히 전자라고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일방적인 피해자로 상정하고 모든 여성들이 같은 피해 의식을 공유하고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태도는 마르크스가 이야기 한 프롤레타리아-자본가의 양분적 계급 대립의 구도를 오늘날의 사회에 억지로 적용시키면서 촌구석에서 다 쓰러져가는 구멍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보다 자본가 밑에서 급여를 받으며 일하고 있는 삼성의 정규직 사무노동자들이 계급적으로 더 열약한 위치에 처해 있다고 악다구니를 쓰는 것 만큼이나 어리석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날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여성 평등에 대한 실현이 제도적으로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기보다(물론 여전히 명예살인이 존재하고 여성들의 정치 참여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막고 있는 몇몇 국가들의 경우는 예외이겠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 아직까지도 가부장적 전통들이 존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한다. 더욱 무서운 점은 몇몇 여성들이 이제는 남성 못지 않은 권력과 부를 누리기 시작하면서 역설적으로 주체만 여성으로 바뀌었을 뿐, 가부장제와 꼭 같은 방식으로 가족 구성원들 및 남성들을 착취하고자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편의상 여성 마초라고 명명해 본다. 그들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좋은 직장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전문직 종사자로서 일을 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고, 남성 배우자에게 가사노동을 전가시키려고 하며, 아이는 갖지 않으려 하는 경향을 보인다(또는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간다). 그들은 자신이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겪었던 방식과 꼭 같은 형태로 자기 아래에 놓인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특히 자기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서슴치않고 단행한다. 이들은 세상에 여성 차별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여성들이 나태하고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처럼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게다가 자기 밑에 있는 다른 여성 직원들이 자신과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자기 관리를 하고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할 것을 기대하고, 강요한다.

일부 여성 마초들의 경우에는 남성의 성을 비하하거나 돈을 주고 구매하는데 있어서도 거리낌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행동들은 대체적으로 남성의 행위를 그대로 모방한 다음 성별만 바꾸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줄 정도로 폭력적이며 마초성을 띄고 있다. 가령, 그들은 남성들이 응시(gaze)를 통해 여성의 몸을 분절시켜 해석하고 여성의 신체를 통해 자신의 성적인 욕망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쟤 엉덩이 좀 봐. 진짜 섹시한데? 누나가 따먹어 줄게.' 라든가, '강간하고 싶다.' 와 같은 표현들을 남성들을 향하여 농담 삼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다. 때로는 몇십 만원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면서 호스트바에 가서 남성의 성을 구매하고, 남성 호스트들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하게 만들면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기실 이런 상황들은 성 폭력에 해당하는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남성 주체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박탈하고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들이다.

여성 마초들에 의한 의한 남성 성희롱에 대한 문제 역시 함께 언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회식 자리에서 남직원의 엉덩이나 가슴 등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쓸어내리는 행위, 남직원들에게 짙은 성적 농담을 건네며 그들이 이를 거부할 경우 무슨 놈의 남자가 그런 것 하나 받아서 웃어 넘기지 못하냐면서 빈정대는 행위 역시 주체만 바뀌었을 뿐, 성적으로 분명히 모욕을 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이러한 행위들에 대하여 아무런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남성들도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나서서 여성 마초들의 행위의 정당성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하면, 그녀들은 남자들도 그렇게 하는데 여자인 내가 그렇게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냐며 오히려 당당하게 따지기도 한다. 결국 그녀들은 위와 같은 현상들이 내포하고 있는 폭력성의 본질은 보지 못한 채, 문자 그대로 '남자가 하니까 여자인 나도…'라는 식의 평등을 구현하고 그것을 정당화 하고자 무던히도 애를 쓰는 것이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결국 가부장제의 틀 안에 얽매여서 자기도 모르게 남성 지배자들에게 동화되고 그들을 모방하고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행동들이야말로 당당하게 자신의 성적 취향을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믿으며, 힘있는 여성이기 때문에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 쯤으로 오인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주체만 여성으로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 그들 스스로도 그들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겪었던 많은 억압들-특히 가부장적 남성들로부터 받은-을 자기보다 약한 자들에게 되풀이하고 있을 뿐, 폭력 그 자체는 사라지지 못한 채 되물림되고 만다. 사실 그녀들은 어떤 면에서 영악하기까지 하다. 필요할 경우 적절히 여성성-눈물로 호소, 가녀린 척 하기, 나도 여자랍니다 등의 발언-을 사용하고, 그 외의 경우에는 가차 없이 자신의 기준을 타자에게 적용하며 그들에 대한 지배력을 끊임 없이 강화하려고 든다. 이런 여성들은 가부장제를 옹호하는 진영 측으로부터 곧잘 '여성 상위시대의 예시' 로서 활용되며 본래 그녀가 원했던 이미지와는 정 반대로 남성들의 불평을 강화하고 그들이 차별받고 있음을 반증하는 기표로서 오용되어지기도 한다. 다른 한 편에서 이들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여성들로부터 미움을 받거나 반감을 불러 일으키며 여성 내부의 결속력을 심하게 약화시키기도 한다. 지가 좀 성공했다고 남자랑 똑같이 구는 애, 하여간 재수 없는 애, 그런 식의 꼬리표들이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다름 아닌 그녀의 입을 통해서 '그러니까 여성의 적은 남성이 아닌 같은 여성들이지.' 따위의 말이 나오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어쩌면 오늘날과 같은 사회에서 진정으로 남,녀 평등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가로 막고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이들, '여성 마초'가 아닐까 싶어지기도 한다. 남성, 여성 모두에게 반감을 사며 사실 그녀 자신은 매우 외롭게 격리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초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못한 채, 강한 영향력들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삶의 방식은 사실 그녀들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도 못한다. 끊임 없이 자신을 타자의 시선에 맞춰 완벽하게 갈고 닦고 관리해야만 하고, 남성은 물론 같은 여성들까지 적으로 만들어 매사 그들로부터 견제당하며 결국 삶은 공허해지고 상처만 남고 마는, '자기자신으로부터의 소외' 역시 함께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작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성찰과 조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오로지 모든 여성들은 잠정적인 가부장제의 피해자들이며 남성들은 무조건 나쁘다는 양 사실을 호도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또한 이러한 여성들에게 단지 직업적으로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그녀들의 이기적인 행동 하나하나를 미화하고자 하는 언론이나 사회적 분위기 역시 그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설령 위와 같은 현상들이 여성들 중에서도 소수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문제가 되고 있다면 당연히 이를 지적하고 공론화 해야만 한다. 그러나 페미니즘 진영 내에서 이런 문제점들에 대하여 제대로 성찰하고 있는 논문이나 연구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이제 더 이상 여성들은 성별이라는 동일한 범주 하에 묶일 수 있는 단일화된 속성을 가진 존재들로 간주될 수 없다. 여성이라는, 또는 남성이라는 정체성은 단지 성별이 같다는 이유 만으로 동일 범주 안에 넣고 한번에 묶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가령, 백인 중산층 여성과 흑인 여성이 같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피해 의식과 세계관을 공유할 수 있으리라 믿는 것은 대기업에 종사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기꺼이 포기하고 저절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만큼 순진하고 사실관계에 대하여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현대 사회에서 성(性, sexuality)의 문제는 계급, 인종, 정치적 권력, 사회적 지위와 같은 다양한 변수들과 함께 맞물리면서 일차원적으로 파악될 수 없는 복합적인 계층 체계를 양산해내고 말았다. 오늘날 노동 운동들이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약해지고, 페미니즘 운동 역시 가열차게 비난을 받으며 쇠퇴하고 있는 까닭은 이처럼 세분화 된 계층 체계로 인하여 더 이상 성별이나 직업적 위치와 같은 하나의 카테고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묶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행해진 직업적 전문성의 강화와 생활 세계 및 직업 세계 사이의 분리, 다양성의 증대라는 문제들과 깊이 맞물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갈등들과 모순들의 원인을 추적해가는 과정에 있어 여전히 자본과 경제적 이해 관계라는 차원의 요인들이 성별이나 문화적 차이와 같은 요인들 못지 않게 핵심적이며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있는 변수로 상정되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 흑인 여성과 백인 중산층 여성은 같은 여성으로서 받아야만 했던 가부장제 하의 억압과 차별들에 대한 기억을 공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적대적으로 바라보거나 애써 무시하며 연대하지 않으려고 하는가? 그것은 결국 '자본'이라는 단일한 테제를 놓고 벌어지는 계급적 이해 관계의 차이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백인 중산층 여성의 입장에서 흑인 여성들의 지위가 상승하고 자신들과 대등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같은 직업을 놓고 경쟁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증가하며, 자신의 직업적 위치와 안위를 해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기는 커녕 그들을 끊임 없이 견제하려고 하는 까닭은, 그들과 자신들이 평등해지기 시작하면 언젠가 그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치고 올라와서 지금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혜택들을 빼앗아갈지도 모른다고 염려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단기적인 이해관계(short term-interest)에 의거한 우려들이 동일한 인종, 동일한 계급, 동일한 성별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연대를 가로막고 서로가 서로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게 만들면서 자본가들로 하여금 그들이 집합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데 들이는 비용을 지속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경제적인 이해 관계들의 대립을 논하지 않고서 그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할 것을 기대하기란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동일한 인종, 동일한 계급, 동일한 성별을 가진 사람들이 단기적인 이해관계에 대한 고려로부터 벗어나 장기적인 이해관계(long term-interest) 내지는 계급 전체를 통괄하는 집합적 이해관계의 추구라는 목표 쪽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의 연대, 새로운 차원의 공통적 신념에 대한 재정립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특히 맑시즘이나 계급역학을 다루는 입장에서 잊지 말아야 할 문제 의식 가운데 하나는, 어떻게 하면 이처럼 분열된 이해 관계들을 하나로 일치시키며 자본주의라는 파괴적인 힘에 맞서 대안적인 문화와 정책들을 생산해 낼까 하는 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 마초에 의한 다른 여성 및 자기보다 힘이 약한 남성에 대한 지배는 본질적으로 가부장제라는 문화 뿐만 아니라 계급적인 역학 관계에 의거하여 이중적으로 고찰되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녀들이야말로 같은 여성들 사이의 연대를 가로막고 때로는 여성이 같은 여성들과 대립하거나 서로 동질감을 느끼지 못해 등을 돌리게 만드는 중요한 상징적 기표로서 이미 활용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경제적 지위 상승이 문화적 속성의 답습이라는 결과를 도출해내는 과정에서 어떠한 영향력을 미쳤는지 밝혀 내는 작업들 역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어디서부터 분열이 시작되었고. 그녀들이 왜 하필 같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반감을 불러 일으키며 연대를 가로 막고 있는 핵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인지, 보다 심도 있게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사회학계에서 이러한 분야의 연구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학자로서 '문화자본' 과 '아비투스'라는 개념으로 유명해진 피에르 부르디외 선생을 들 수 있다(비록 몇 년 전에 타계하셨지만…). 문제는 이 연구가 계급적인 차원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 냈을지는 몰라도 성별정치라는 차원에서 여성 마초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에 비하여 어떠한 문화적 차이점들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측정할만한 지표를 선사해주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 분야에 대해서 보다 자세하게 연구해보고 싶다. 가부장제라는 괴물을 청산해 내기 위하여, 여전히 사회학과 페미니즘이 가야할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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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cafe moca 2009/08/19 23:18 # 답글

    글 정말 잘 쓰시네요. 전 써보고싶다! 싶은 생각이 지나가도 쓰기위한 바탕이 너무 딸려서 그냥 관두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말이죠. O<-<
  • 호반새 2009/08/19 23:54 #

    별로 잘 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급적이면 과분한 칭찬보다는 글의 주제 및 내용과 관련된 의견을 구하고 싶습니다.
  • cafe moca 2009/08/20 23:16 # 답글

    원하는 댓글의 유형을 정해두고 계셨는지는 몰랐군요. 하긴 자기 공간에 자기가 원치 않던 예상외의 이물질이 끼어들면 기분이 나쁘겠지요. 선견지명이 없어서 미안합니다. ....라는건 댓글이 좀 까칠해서 기분이 상한 객이 늘어놓는 골내는 소리고. ㅎㅎ 앞으로는 그냥 구경만 해야겠군요. 미안합니다.
  • 호반새 2009/08/21 09:01 #

    이런, 답글을 보고 기분이 많이 상하셨나 보군요. 일단 본의 아니게 감정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해서는 깊이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특별히 원하는 덧글의 유형을 정해놓았다든가 사람을 이물질 취급한다든가 했던 건 아닙니다. 뭔가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군요.

    여기 있는 글들을 둘러보셨다면 대충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평균적인 한국인 치고는 상당히 직선적이며 지나치게(혹은 제 관점에서 별로 쓸모가 없거나 과도하게) 예의 차리는 표현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대신 그만큼 상대방으로부터 오해 받기 쉽고, 때로는 제게 돌아오는 말이 험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으며, 감수하고자 합니다. 다시 말해, 이곳 주인장 성격은 일반적인 한국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속된 말로 '싸가지가 없어 보이는' 성격일 수 있다는 겁니다.

    최소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의미 없는 인사들을 많이 해야하며 겉치레라는데 집착해서 사족을 달아가며 이야기를 진전해야만 하는지. 최소한 그 목적이 학술적이거나 블로그처럼 다른 이야기 바로 없이 글을 통해 의사소통에 들어가는 곳이라면 아주 기본적인 인사들을 제외하고는 바로 글 본론에 대한 토의에 들어가도 괜찮지 않을까요.

    이 곳은 마치 모두를 향해 열려 있지만 관리자는 따로 있는 일종의 개방형 장원 같은 곳이고, 그렇기 때문에 장원에 농작물을 심고 특정한 의도로 관람객들에게 보이고자 하는 관리자의 입장에서 장원을 통해 잘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위해 이런 식의 비료를 주었으면 좋겠다, 장원 관리자인 나와 친해지려면 이런 식으로 접근해주었으면 좋겠다, 정도의 피드백은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외에 특별한 의도는 없습니다.

    님이 덧글 달아주신 이 글같은 경우, 특히나 내용이 복잡하고 학술적일 수 있는 개념들을 다분히 유포하고 있는 글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같은 주제를 두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부족한 내용을 보충받거나 경험을 나누기 위함이지, 말 그대로 잘 썼다고 무작정 칭찬 받기 위함이 아닙니다. 님은 정말로 선한 의도에서 그런 말을 해주셨을지 모르겠지만, 제 입장에서 그건 독입니다. 저같이 눈치 없는 사람은 님같은 분들이 늘어나면서 그저 글을 쓰면 잘 썼다는 코멘트만 날아오거나, 글의 내용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어 보이는 찬사조의 평가들만 받게 되면 정말로 자신이 글을 잘 쓰거나 대단한 사람인 양 착각하고 학문을 게을리 할 위험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칭찬보다는 비판에 예민해지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아마도 성격이 글러먹었기 때문인지, 날카로운 비평이 달린 덧글들에 더 기뻐하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입니다.

    더군다나, 말씀 드리기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만, 님과 같은 유형의 덧글을 다는 사람들 중에서 간혹 글이 길 경우 읽지 않거나 몇몇 문장 혹은 문단만 읽고 글의 전체 내용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덧글을 달거나 칭찬조의 내용들만 늘어 놓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계속해서 그런 식의 덧글들만 달 공산이 큽니다. 물론 제가 님을 섣불리 그런 사람으로 판단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상호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걸림돌이 생기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저의 태도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을 따름입니다.

    아마 제가 달아드린 답글들을 보면서 어떻게든 기분 좋게 생각하고, 제게 맞춰 답글을 달려고 애를 쓰신 것 같은데, 정말로 감사드리지만 적어도 이 곳에서만큼은 그렇게 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분이 나쁘셨다면 지금처럼 나뻤다고 얘기해주셔도 화내지 않습니다. 혹시 이것마저 강압처럼 느껴진다면 정말 유감스러운 일입니다만, 부디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 호반새 2009/08/21 09:27 # 답글

    추신 : 게다가 아마 몇몇 친한 사람들에게 보이는 태도와 낯선 사람들에게 보이는 태도가 달라서 당황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버릇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친해지기 어려워 보이는 타입의 사람인 대신 친해지고 나면 격의 없이 농을 트고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벌이는 편입니다. 여기 와서 긴 답글을 받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프라인(=현실)에서도 저를 알고 지내고, 최소한 만난지 1 년 이상 지난 친우들입니다. 낯을 많이 가려서인지 친해지는 속도가 많이 느려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 있는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 cafe moca 2009/08/22 18:12 # 답글

    처음에는 단순히 잠깐 기분이 상해서 "거 되게 까칠하군요. " 라고 하려다가, 자제하고 저 위에 저 댓글을 쓴 후, 호반새님 다른 글이나 좀 더 읽어보다가, 본인이 다른 사람은 대하는 태도에 관해 쓴 글을 읽게 되었는데 꽤 후회가 되더군요. 하하; 나중에 혹시 몇마디 의견을 나누고 싶은 글이 올라왔는데, 지금 더이상 댓글 안달겠다고 해놓은게 걸리게 될 것 같아서 좀 후회도 되고; 그러던 차에 이렇게 친절하게 얘기 해 주셔서, 다행입니다. ㅎㅎ 그리고, 우려하시는것처럼 한 두 문단만 읽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구요. 다만 저는 중고등 학교를 다니면서 입시교육에만 쩌들어 살았고, 이과에서 수능준비에만 매달려 그나마 (속물적인 관점에서) 알아준다는 대학에 진학했다가, 공익근무 때문에 휴학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런 저런 책을 읽고 생각이 트이기 시작했을 뿐인 89년생 햇병아리거든요. 결론적으로 저는 인문학적 수준이라면 (혹은 인생을 얼마나 아느냐 하는 점에서) 초짜중의 초짜이기 때문에 호반새님 글을 읽고 굉장하다- 는 생각이 드는건 진심입니다. 그냥 좋은게좋은거지~ 하는 식으로 겉치레 하는 댓글은 아니었구요. 아무튼 이렇게 성의껏 이야기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은 날카로운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까 좀 쫄아있기도 했고요. ㅎㅎ;)
  • 호반새 2009/08/22 20:40 #

    까칠한게 아마 맞을 거에요. 덧글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로 저는 제가 글을 잘 쓰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에 떨어트려 놓으면 필시 평범한 대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거라고 생각하고요. 책 많이 읽고 열심히 생각하고 계신다니 참 보기 좋네요. 정작 저는 책은 안읽고 과외다 일이다 해서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어차피 학기 시작되면 각종 논문과 책들에 파묻혀서 살겠지만, 요즘은 독서량이 너무 떨어진 것 같아서 반성 중입니다.
  • 라이 2009/08/27 15:22 # 답글

    흠..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 권력자들도 문제지만, 대학사회에서 여성 선배들이 선배임을 강요하는 것이라던가 술자리에서 '먹고 죽자'를 외치는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들의 마초화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확실히 섹슈얼리티에 의해서 구분하기에는 복잡해 졌음에도 아직도 여전히 성별에 기대어 논지를 펴는 주류사회도 갈 길이 머네요..
  • 호반새 2009/08/27 22:45 #

    그거라면 여성 마초가 아니라 명예남성을 이야기하시는 것 같은데요^^ 대학에서 남학우들처럼 서열을 강조하고 선배 티를 팍팍 내면서 애들에게 술을 강권하거나 때로는 짙은 수준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농담 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그거라면 연세대학교 나임윤경 선생께서 쓰신 책에 자세한 정보가 나와 있습니다. 그것보다는 좀 더 사회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미치면서도 덜 파악되어 있는 존재를 지칭하기 위한 명사로서 여성 마초라는 단어를 사용해 보았어요. 그리고 의견에는 정말 공감합니다. 권력은 성별을 떠나서 작동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여성에게 힘이 생겨도 그 여성은 결국 남성들이 하던 방식의 폭력적인 것들을 되물림 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문제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 라이 2009/08/27 23:22 # 답글

    아.. 명예 남성이라고 이름 지으신 분이 계셨군요. 흠.. 여성 안에 내면화된 가부장제가 위험수위라고 생각해요.
  • 호반새 2009/08/27 23:25 #

    맞아요. 정말 동감합니다. 사실 저도 몇 년 전까지 잘 모르던 것인데,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혹시라도 제가 지적한 듯이 느껴지셔서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ㅅ; (소심)
  • 라이 2009/08/28 01:02 # 답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언제나 좋은 의견 감사하고 있답니다.
  • 호반새 2009/08/28 01:14 #

    우앙 'ㅂ' 다행입니다! 항상 좋은 덧글 잘 읽고 있습니다^^
  • 라이 2009/08/28 01:33 # 답글

    이런 아직 안 주무셨네요.. 좋은 밤 되세요
  • 호반새 2009/08/28 01:55 #

    네 :) 좋은 밤 되세요!
  • 유동닉 2009/08/28 10:54 # 삭제 답글

    애를 가지지 않고 독신으로 살려는 여성들을 여성 마초라고 부르는 이유가 궁금하군요. 여성은 무조건 결혼을 해서 애를 가지고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지극히 가부장적인 생각이 아닙니까? 뭣보다 결혼을 하고 안하고는 마초니 페미니를 떠나 한 개인의 선택의 문제인데 그걸 굳이 여성 마초의 예로 구겨 넣는 게 이상하군요
  • 호반새 2009/08/28 12:47 #

    여자 마초 내지는 독신 여성들 중에서는 아이를 가지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 = 아이를 가지지 않는 것은 나쁘다. 어떤 식으로 읽으시면 이렇게 논리 치환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이 글에서 한 줄이라도 아이를 가지지 않는 것이 이기적이라는 말이 등장합니까? 이 글에서 여성 마초들의 행동을 비판하고 있는 것과 그들 중 아이를 가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하등에 관계가 없습니다. 단지 글을 쓰는 과정에서 대상이 되는 존재들에 대한 특징들 설명 -> 대상이 가진 특징들 중 일부에 대한 비판, 이 이루어졌을 뿐이겠지요. 저는 다른 글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특정인이 행하고 있는 잘못은 그 잘못만으로 미워해야지 상관 없는 부분을 끌어들이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를 갖든 가지지 않든, 그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글부터 제대로 읽고 논의에 참여하셨으면 좋겠군요. 글을 서술하는데 있어서는 대상의 특성들을 가감 없이 서명하고, 그만큼이나 명확하게 문제가 되는 역시 한정해서 정확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도 굳이 왜 하필이면 그러한 특성을 넣었냐고 물어보실 생각이라면, 답은 글 안에 있습니다. 저 글 안에서 제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여성 마초들 자신도 그렇게 행동해봤자 행복해 질 수 없으며, 여러 여성들과 남성들에게 미움 내지는 견제를 받으며 편치 않은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그들이 미움 받는 이유 중에 하나가 공교롭게도 그들이 '아이를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 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그들 중 직장을 가진 다수는 자기 밑의 다른 여성들에게 끊임 없이 자기관리를 하고 일처리를 완벽하게 할 것을 요구하는데다가, 임신을 해도 출산 휴가도 제대로 주려고 하지 않고, 남성 상사가 하는 것과 꼭 같은 형태로 임신한 여성이 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쫓아내려고 하기도 합니다. 바로 그 부분이 업무상으로, 혹은 외모상으로 완벽해서 비판할 개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여성 마초 상사에 대한 유일한 약점처럼 작용하면서, 저 피도 눈물도 없는 년, 지가 아이를 낳아보지 않았으니 저렇게 모질게 구는 거야, 하면서, 직장 내에서 여성들끼리의 그녀의 뒷담화를 위한 요소로서 사용되어지곤 한다는 겁니다.

    직장 내에서 임신한 여성들을 괴롭히고 있는 여성 마초들도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낳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들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며 일방적으로 여성 마초의 모든 것들을 비난하려고만 하는 기혼 여성들의 태도도 제가 보기에는 썩 좋아보이지 못합니다. 이렇게 해서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고, 비방만 하다 여성들끼리의 분열이 만들어져버립니다. 그런 현상 모두를 포착해서 압축적으로 집어넣기 위하여 해당 특성에 대한 묘사 역시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을 따름입니다. 이해가 되나요? 이 내용을 글 안에서 좀 더 자세하게 풀어서 썼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글이 너무 광범위해져 버리는 데다가 갈등이라는 요소를 단순히 하나의 사례로만 축약해버릴 가능성이 있어 탈고 과정에서 빼버렸습니다.
  • 레몬 2009/08/31 17:19 # 삭제 답글

    참 절절히 동의합니다.
    사회학적, 거시적으로 따지기엔 제 학식이 한참 모라자기때문에 정확히 따지긴 힘들지만
    여자나 남자나 본질은 똑같다고 생각해요

    합리적이지 않게 하락되있는 지위.... 즉, 회사에서의 지위라든가, 기타 사회활동에서 어이없이 차별받는 여성들이 없어지길 바라고 재조정되길 바라지만

    사실 마초적성질은 남자,여자 모두에게 있다고 봐요.
    마초적 성질이 남자에게만 있고 여성은 이성적이라는 생각은 피해의식,그리고 소망적사고가 혼합되서 빚어낸 생각같습니다

    제 어머니나 여동생을 보면 이러한 생각이 확신으로 굳어집니다

    모든 합리적이지 않은 것은 재조정되야 하겠지만,
    본질을 꿰뚫고 있어야 나중에라도 제어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눈앞에 보이는것만 중요시하면 안된다는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 호반새 2009/09/01 01:54 #

    마초성은 단순히 남성에게 한정해서 보아야 할 대상은 아닙니다. 페미니즘에서 가부장제나 마초적인 기질을 없애려고 그렇게도 노력하는 까닭 중에 하나는 그것이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과 그러한 제도 밑에 깔린 수많은 성적 소수자들 역시도 함께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여성만 피해자라고 생각해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또한 자기 편한대로 가부장제에서 강제하는 여성성들(성적인 매력으로 남성을 농락하는 이미지나, 갸녀리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처럼 구는 것 등등)을 이용하여 자기 욕심을 채우려는 행위 역시 마초성이 지탄받는것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비판을 받을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진정한 양성평등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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