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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했던 진보신당과 한국 사회당은 보란듯이 물을 먹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 찍은 사람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누구 말 맞다나, 진보가 잘했든 잘못했든, 국민들이 진보에 대하여 등을 돌리고 대안으로서 진보를 바라봐주지 않았다는 것은, 진보 내부에도 어떠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기 때문이다. 원인 없이 외면이 이루어졌을 리 없다. 누군가 진보에 대하여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진보의 지지자들은 그 편견을 깨트려야 할 의무가 있고, 국민이 당장 눈앞의 이익을 생각하여 한나라당을 찍었다고 해서, 그것을 대단히 우매한 행동인 양 비난해야 할 이유 또한 없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어디에도 투표하지 않은, 50% 가 넘는 사람들의 정치적 관심을 어떤 방식으로 되돌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아닐련지.
극단적으로 말해서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의 과반수 이상이 진보 신당이나 민주 노동당, 한국 사회당과 같은 진보 성격의 정당에 표를 몰아 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한나라당 따위는 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진보 진영이 선거판을 리드하며 (통합 민주당까지 포함하여) 압승을 거두었을 것이다.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우매하고,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투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대단히 큰 착각이다. 정치의 현실이 그들을 기꺼이 투표장으로 불러들일만한 비전을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 하나의 사회현상은 매우 복잡하고도 다단계적인 인자들의 상호 작용을 거쳐 생성된다. 그것은 다시 말하면, 사회현상이란 자연현상과는 다르게, one-sided causality(편향적 인과성: 어느 한 쪽의 원인으로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하는 것)를 가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냥 대충 때려 맞추듯 이번 선거의 저조한 투표율의 원인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치적인 무관심, 혹은 비가 오는 날씨 때문이었다고 단정짓기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선거참여와 정치적 무관심, 혹은 투표한 사람들과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는 하나의 인과관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쌍방향적이고 보다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보 진영의 패배 요인, 그 중에서도 저조한 투표율로 인하여 발생한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와 투표를 한 사람들, 그 중에서도 진보 진영에 투표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 사이에 어떠한 괴리감이 작용하는지에 대하여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진보 정당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이 가진 선민의식, 진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원칙론적인 고집과 (어찌보면 맹목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보수에 대한 맹 비난은 다른 누군가에게 반감을 불러 일으켰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작은 영향들이 쌓이고 쌓여 정치에 대해 보다 중립적인 견지를 가지고 있었던 다수의 부동층을 투표장 밖으로 몰아내는 구실을 했다. 어쩌면 진보를 위해 손을 들어 줄 수도 있었던 누군가가, '훈계하고자 하는' 진보로 인하여 다시 반감을 가지고 투표권을 포기하는 일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나라가 기우뚱 거리는 것은 단순히 2MB 혹은 한나라당만의 책임이 아니다. 진보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견제점, 혹은 대안 제공의 위치를 확보하지 못했던 책임도 크다. 국민은 진보를 믿지 못한다. 왜냐하면 진보가 오만하고, 보다 낮은 곳에서 '보통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결정적인 힘은 중산층, 혹은 극빈층에 속하지 않는 대다수의 서민들의 지지인데, 진보는 확실히 그것을 손에 넣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서민을 서민이 아니라 교화하고 다듬어야 할, '민중'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80 년 대 식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운동권적 이념들, 현실보다는 이상에 가까운 '발전'을 위하여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수준의 누진세 적용이나 '코리아 연방제' 따위를 외치는 진보는 방향성을 상실하였다. 당위와 설교만을 늘어 놓을 뿐, 서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변화들을 직접 체험하게 만들지 못하는 좌파적 신념이란 결단코 지지받을 수 없다. 이런 진보의 정체성을 지켜보면서,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진보나 보수나 별볼일 없이 같은 놈들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투표를 포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논점은 다시 흐려지며 해묵은 '한국에 진정한 진보와 보수란 과연 있는가'하는, 존재론적 문제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우리 나라에서 정치에 대하여 진보적인 입장을 지닌 사람으로서,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을 설득하고자 한다면, 어떤 이론적인 당위성의 증명이나 들어도 모를 정책에 대한 귀 따가운 충고를 하기보다, 그들을 무지 몽매하다고 규정하고 계몽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진심으로 다가서서 '감정적'이라도 좋으니 선거를 왜 해야만 하는지, 그것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서 다가올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 어떤 이익을 제공해 줄 것인지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수 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저 진보라는 사상이 지니고 있는 가치, 경제적 효용성, 민주화를 이뤄냈다는 상대적 우월감과 같은 것들만 내세워 승부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척박하다. 슬픈 일이지만, 이미 정치는 정책과 신념의 싸움이라기 보다, 해당 정당이나 후보자가 주는 '이미지'에 의한 싸움에 가까워졌다. 여기에 '대세'라 불리우는 집단 군중심리까지 더해지면 진보가 열약한 자금력이나 환경을 딛고 승리하기란 더더욱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한다면, 그것은 정책이라든가 선거 홍보 방식의 변화라기 보다는, 필연적으로 진보 전체에 대한 국민의 안좋은 이미지를 어떻게 띁어 고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는 바로 그 점을 놓쳤기에 국민들에게 진보가 크게 어필하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직 이 나라는 건국한지 100 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국가에 불과하다. 그나마 통치가 안정되기 시작한 것은 10 ~ 15 년 남짓 일까. 그 짧은 기간동안 사람들은 수많은 변화를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고, 앞으로도 겪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이런 혼란과 불안정함 속에서 급진적인 진보를 외친다는 것은, 되려 안정으로 도피하고픈 개인의 마음에 커다란 위화감을 조성하면서 매우 자극적이고도 큰 반감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 및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수층에 투표한 사람들이나 투표를 포기한 사람들을 맹비난하고, 진보 진영 패배의 원인을 오로지 그들의 탓으로 돌리기에만 급급하다면, 앞으로 우리는 또 다시 좌절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진보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정말 그럴까? 왜 그렇다면 국민은 진보를 외면하였나. 그들은 정말 대안을 볼 줄 모르는 바보이기 때문인가? 언제부터 진보가 절대적 진리요, 믿지 않는 자는 어리석다고 취급되는 교조적인 신념으로 바뀌어 버린 것인가. 이 가치는 옳으니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보수가 전통이라는 이름의 유령을 내세워 '예전에도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주장하는 논리와 엇비슷하게 아귀가 맞지 않는 것이다. 우리들이 내세우는 가치들, 사회 변혁의 염원을 그들이 몰라준다고 해서, 무작정 비난하기만 한다면 답이 나오겠는가. 개인적인 술자리에서 안주삼아 싫어하는 한나라당 후보 몇몇을 씹는 정도라면 모를까. 자신의 권리를 수호하고 이익을 행사하기 위해 뿌려지는 한 장의 표를 사용했는가 아닌가를 두고서, 도덕성까지 운운하며 핏대를 세우는 지금의 논쟁들은 행여 너무나 낯 뜨거운 우리네 엘리트의식, 또 다른 구별짓기의 폭력을 반영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그들은 '남' 이 아니며, 무지한 우리네 진보의 '적군'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는 그들을 훈계하기 전에 우리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되돌아 볼 줄 알아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대중을 설득하고 인정받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일 뿐, 무식한 대중들이 우리를 버렸네 어쩌네 따위의 푸념 섞인 자조는 아니다. 정말로 진보에 의한, 진보를 위한 정치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우선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특이한 대중성과 진보라는 담론의 현재 위치에 대하여 이해하고, 노무현이나 진보라는 말만 들어도 치를 떨만큼 마음이 꽁꽁 닫힌 사람들의 생각을 어떻게 돌려놓을 수 있을지, 왜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에 관하여 함께 고민할 수 있어야만 한다. 진보가 진보를 정녕 필요로 하는 서민층으로부터 되려 외면받고, 일부 지지자들 사이의 청담사상 쯤으로 여겨지는 오늘의 현실을 우리는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시대는 변했다. 계몽이 아닌 연대와 협력, 섬김의 실천이 필요할 때다. 진보는 이를 위해 겸허히 그 살을 깎아내릴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패배는 패배 자체로도 배울만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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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수라 at 09/01 전 약간 비만이라서 주변.. by 목땅 at 08/31 지나씨는 이번학기에 뭐.. by 호반새 at 08/27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by 호반새 at 08/27 앗, 방문 겸 덧글 감사.. by 호반새 at 08/27 다시 읽어보니 결론은 '몸.. by 하늘선물 at 08/27 우연히 들렸다가 재미있.. by 하늘선물 at 08/27 시장과 사회 ㄷㄷㄷ 화이팅!! by 지나 at 08/25 나야 4 학년이니까. 이제.. by 호반새 at 08/23 헐퀴 대단한 시간표인듯.. by Reality at 08/21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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